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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7 (일)

대구시, 예술가의 필적으로 만나는 예술 세계

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 주제전시 ‘필적, 예술가의 내면 풍경’

 

경제인투데이 류현민 기자 |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예술의 씨를 뿌리고 성장·발전시키기 위해 희생을 감내한 예술가의 예술혼과 사람 향기를 필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9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대구예술발전소 3층)에서 ‘필적, 예술가의 내면 풍경’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문화예술아카이브 소장 자료 가운데 예술가들의 자필 원고 20여 점을 선별해, 기록 속에 남겨진 예술가의 열정과 철학, 삶의 궤적을 조명한다. 필적(筆跡, 원고, 메모, 악보)을 통해 창작의 순간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자료들을 선보이며, 예술가의 내면 풍경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복진(아동문학가·동요시인, 1907~1991) 원고지 뒷면에 쓴 동시 2편 ▲김성도(아동문학가·번역가, 1914~1987) ‘찰리와 초콜릿 공장’ 번역 원고(미출간) ▲최춘해(아동문학가, 1932~2025) 대표작 ‘시계가 셈을 세면’ 자필 원고와 책 읽기의 중요성을 기록한 원고 ▲이점희(성악가·오페라운동가, 1915~1991) 음악 관련 자필 노트와 ‘지방 오페라단 육성 발전’ 원고 ▲김진균(작곡가·음악학자, 1925~1986) 독일어 논문 심사 결과 번역 원고, 자필 악보 노트 ▲우종억(작곡가·지휘자, 1931~2022) 자필 ‘음악 약사(略史)’ ▲장영목(합창지휘자, 1934~) ‘한국가곡의 밤 선구자’ 일본 공연 팸플릿과 수록된 초고 ▲임우상(작곡가, 1935~) ‘음악교사의 역할’ 강의 자필 원고 ▲김기전(무용가, 1935~) 무용가 김소라에 대한 회고와 무용평 원고 ▲이필동(1944-2008)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이론 자필 원고 2권과 연극 개론 노트 등을 최초로 공개한다.

 

특히, 무용가 김상규의 일기장에서는 법관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일본 유학을 떠난 후 일본에서 겪은 생활고와 예술과 현실 사이 갈등하는 모습, 무용가 최승희를 동경하는 글 등이 담긴 일기를 통해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번민을 엿볼 수 있다.

 

또 작곡가 우종억이 작고하기 두 해 전 작성한 ‘음악 약사’는 음악가로서 살아온 그의 행적과 그가 추구하는 인간상 ‘보은성덕(報恩成德)’의 정신을 다시금 새길 수 있다.

 

연극인 이필동의 원고에서는 연극인 양성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원고의 첫 문장인 ‘연극은 배우예술이다’는 연극에서 배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배우들의 경험은 물론 정신적, 심리적인 부분까지 단련돼야 한다며 서구의 여러 배우론도 소개하고 있다.

 

이재성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예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치열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예술가들의 필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전시는 문화예술아카이브를 통해 문화예술 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넘어 시민과 공유하며 지역 문화예술사의 맥락을 나누는 아카이브 본연의 역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예술가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마음으로 창작에 임했는가’를 조명하며 예술가들의 자필 원고가 단순한 기록적 가치뿐 아니라, 한 사람이 예술가로 살아가는 생생한 발자취와 정신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